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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교회 동생이 하늘나라로 떠났다. 지난여름부터 이틀이 멀다고 붙어 다니던 친구였는데.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왔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하루 만에 허무하게 갔다. 스티커 사진 속 4명의 단짝 친구 중 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웃고 있는 너의 얼굴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처음 마주하는 죽음이다. 장례식장에 가는 것도 처음이다. 남은 우리 셋은 너를 볼 자신이 없어 밤늦게까지 미루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너를 보러 갔다. 친구한테 빌린 검은 정장을 입고 엄마가 알려준 대로 영정 앞에 조화를 놓고 기도했다. 다음 날 화장터까지 따라가 너를 보낸 뒤에도 우리 셋은 슬픔을 가눌 수 없어 너와 함께한 추억을 배당금 계산 얘기하며 엉엉 울기만 했다. 다음 주에 강원도 스키장도 가고 제주도도 넷이 함께 여행 가기로 했었는데 너의 빈 자리가 너무 허전하다. 하나님은 왜 이러시는 걸까. 누구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착한 아들을 왜 이렇게 빨리 데려가셨을까. 하나님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데려간다는 말, 믿기지 않는다.
지난 연말 단짝 친구를 잃고 힘들어하는 합자회사수 아들을 보며 심장이 텅 빈 것처럼 아렸다. 내 마음이 이럴진대 생때같은 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랴. 며칠 뒤 교회 주일예배 시간에 담임목사님은 설교 말미에 그의 짧은 삶을 소개했다. 영혼이 순수하고 맑았던 청년, 어렸을 때부터 혈액암으로 고생했지만 세상에 곁눈 두지 않고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봤던 청년, 캐리커처를 잘 그려서 친구들에게 나눠줬던 청 전북대 기숙사 년, 교회 옥상에서 친구들과 별을 바라보며 주위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영혼이 하나님께만 향하길 간절히 기도했던 청년. 그의 형은 동생의 죽음이 신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다고, 삶의 나이테만큼 숱한 죽음을 봐왔다고 죽음에 무뎌지는 건 아닌 듯하다. 며칠 전 갑자기 들려온 인자했던 장로님의 10등급컷 죽음,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무안 제주항공 참사 같은 허망한 죽음, 숫자로 치환되는 전쟁터에서의 죽음, 채 피지도 않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의 죽음을 대할 때면 범인(凡人)들은 하나님의 침묵을 이해하기 어렵다.
참사와 재난을 당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침묵을 이해하기 어렵다. 씨티카드사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사 앞에서 침묵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이 선하다면 왜 세상에 고통을 허락하는가. 무신론자와 신학자들 간의 오래된 논쟁이다. 하나님은 세밀히 간섭하고 계획하신다. 악마저 다스리신다. “하지만 인간을 로봇으로 만든 게 아니다. 자유의지를 허락하셨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 인간의 잘못으로 빚어진 일에도 우리는 툭하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의심한다.”(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은퇴목사, 박명룡 청주서문교회 목사) 만만한 게 신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니체처럼 ‘신은 죽었다’고 생떼도 쓰고 생지옥 같은 스탈린그라드전투에서 에드빈 드빙거처럼 ‘그래도 신은 침묵한다’고 힐난한다.
선지자와 믿음의 선배들도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냈다. 세례 요한은 감옥에서 “당신이 언제까지 우리 마음을 의심하게 하려 하나이까. 그리스도시라면 밝히 말씀하소서”라며 절규했다. 철학자 마크 탈봇은 예레미야가 끔찍한 고난으로 하나님의 성품을 비방하고 최소한 일시적으로 신앙과 소명을 버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말한다.
나치 치하에서 디트리히 본회퍼와 함께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한 독일 개신교 신학자인 헬무트 틸리케는 “하나님의 침묵은 신앙의 가장 큰 시험”이라고 했다. 특히 십자가야말로 가장 적막한 하나님의 침묵이다. 죽어가는 아들이 그분의 침묵에 애타게 부르짖었다.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틸리케는 하나님이 한 말씀도 대답하지 않으시던 그 순간이 곧 결정적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침묵하실 때도 그분은 우리와 함께 고난당하셨고 죽음과 깊은 밤을 말없이 우리와 함께 겪으셨다. 우리는 그분이 무심하거나 심지어 죽은 줄로 알았지만 그분은 우리를 훤히 아셨고 어둠의 세력 저편에서 사랑으로 일하셨다. 하나님은 무심해서가 아니라 더 깊은 뜻이 있으셔서 때로 침묵하신다는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등 신(新)무신론이 유행했다. 미국 뉴욕 리디머교회 설립자인 팀 켈러 목사는 이에 맞서 신의 존재를 변증했다. 그는 ‘하나님을 말하다’에서 악과 고통은 하나님의 존재를 드러내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CS 루이스도 잔혹한 삶의 실상에 질려 처음에는 하나님이라는 개념 자체를 거부하다 결국 고통이 하나님의 부재보다 존재를 더 잘 증명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절대 선과 악의 기준이 존재하려면 초월적 도덕 법칙이 필요한데 이는 하나님의 존재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켈러 목사는 “하나님이자 인간이었던 분(그리스도)도 고난을 견뎌냈다. 고통과 죽음을 당했기에 악과 죽음을 두고 전혀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없게 되었다”며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휘튼대 필립 라이큰 총장도 하나님의 선하심에 어떤 의심이 생기더라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가장 큰 고통을 감내하셨던 갈보리로 그 의심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독생자를 살해하는 궁극의 악조차도 세상의 구원으로 이어질 계획을 실행하고 계셨다는 것이다.
죽음도 초월하는 신앙
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빈털터리로 베들레헴 고향으로 돌아온 나오미는 “나를 나오미(즐거움)라 부르지 말고 나를 마라(쓰라림)라 부르라 이는 전능자가 나를 심히 괴롭게 하셨음이니라 내가 풍족하게 나갔더니 여호와께서 내게 비어 돌아오게 하셨느니라 여호와께서 나를 징벌하셨고 전능자가 나를 괴롭게 하셨거늘 너희가 어찌 나를 나오미라 부르느냐”(룻 1:20~21)고 원망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오미의 냉소적인 의심을 달콤한 믿음으로 바꾸시고 복에 복을 더하셨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의로운 사람 욥은 모든 재산과 10명의 자식들까지 다 잃고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밀며 땅에 엎드려 예배했다.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1)
10대 아들을 사고로 잃고 자신도 두 번이나 암 투병을 했던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는 죽음에 천착해 오랫동안 죽음을 연구했다. 그는 ‘하나님은 왜’라는 책에서 아들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가족들이 모였는데, 뭔가는 해야겠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욥기 1장 21절 말씀이 생각났지만 그 말씀을 갖고 예배하기 싫었다고 했다. 하지만 성령이 주시는 마음을 따라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고 결국 그 말씀을 갖고 가정예배를 드렸단다.
입으로는 하나님의 말씀을 하면서도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배를 드린 후 우리는 이 순간에도 하나님 앞에 있다는 의식을 하게 됐고 슬프고 힘들지만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모르지만 이 사건 속에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도 2020년 10월 암 투병 중 별세한 아들을 떠나보내며 영광의 나라인 천국에 입성한 것에 감사하고 아들의 고통을 통해 예수님을 내어주신 하늘 아버지의 고통을 알게 하심을 감사하는 ‘10가지 감사기도’를 드렸다.
성경이 말하는 죽음과 부활
이 세상 삶은 억만년 역사로 보면 찰나에 불과하다. 우리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도 지나고 보면 하나님의 계획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쓰라린 시간에도 하나님이 함께하시고 복 주셔서 창조의 시간으로 거룩하게 바꿔주신다. 성경은 육체적인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육체적인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다. 사도 바울은 텐트를 걷고 본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거대한 우주 속에 티끌 같은 존재인 우리에겐 하나님을 모르는 영적 죽음이 더 문제다. 육체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살아있음에도 죄로 인해 영혼이 죽는 것이다. 사람이 영혼의 생명력을 상실하는 것, 죽은 영혼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어진 상태로 살아간다. 육신적으로만 살아있을 뿐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상태, 하나님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육체적인 죽음, 영적인 죽음과 함께 성경이 말하는 세 번째 죽음은 영원한 죽음이다. “사망과 음부도 불못에 던져지니 이것은 둘째 사망 곧 불못이라.”(계 20:14) 누구든지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자는 불못에 던져질 것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 죄인이 부활한 후에 영원한 불못, 즉 지옥에 던져지는 것이 영원한 죽음이다. 가장 무섭고 가장 두려운 죽음이다. 영원한 죽음은 하나님과의 영원한 분리를 의미한다. 지옥이 가혹한 것은 단지 뜨겁기 때문만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영원한 분리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고통이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는 죽음 이후의 영생을 약속받았다. 잠시 이별하는 것일 뿐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서 만날 것을 믿어야 한다.
‘이명희의 그래도’는 고단한 인생길에서 넘어지고 좌절할 때 신앙의 힘으로 다시 일으켜주고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코너입니다.
이명희 논설위원·종교전문기자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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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단짝 친구를 잃고 힘들어하는 합자회사수 아들을 보며 심장이 텅 빈 것처럼 아렸다. 내 마음이 이럴진대 생때같은 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랴. 며칠 뒤 교회 주일예배 시간에 담임목사님은 설교 말미에 그의 짧은 삶을 소개했다. 영혼이 순수하고 맑았던 청년, 어렸을 때부터 혈액암으로 고생했지만 세상에 곁눈 두지 않고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봤던 청년, 캐리커처를 잘 그려서 친구들에게 나눠줬던 청 전북대 기숙사 년, 교회 옥상에서 친구들과 별을 바라보며 주위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영혼이 하나님께만 향하길 간절히 기도했던 청년. 그의 형은 동생의 죽음이 신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다고, 삶의 나이테만큼 숱한 죽음을 봐왔다고 죽음에 무뎌지는 건 아닌 듯하다. 며칠 전 갑자기 들려온 인자했던 장로님의 10등급컷 죽음,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무안 제주항공 참사 같은 허망한 죽음, 숫자로 치환되는 전쟁터에서의 죽음, 채 피지도 않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의 죽음을 대할 때면 범인(凡人)들은 하나님의 침묵을 이해하기 어렵다.
참사와 재난을 당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침묵을 이해하기 어렵다. 씨티카드사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사 앞에서 침묵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이 선하다면 왜 세상에 고통을 허락하는가. 무신론자와 신학자들 간의 오래된 논쟁이다. 하나님은 세밀히 간섭하고 계획하신다. 악마저 다스리신다. “하지만 인간을 로봇으로 만든 게 아니다. 자유의지를 허락하셨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 인간의 잘못으로 빚어진 일에도 우리는 툭하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의심한다.”(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은퇴목사, 박명룡 청주서문교회 목사) 만만한 게 신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니체처럼 ‘신은 죽었다’고 생떼도 쓰고 생지옥 같은 스탈린그라드전투에서 에드빈 드빙거처럼 ‘그래도 신은 침묵한다’고 힐난한다.
선지자와 믿음의 선배들도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냈다. 세례 요한은 감옥에서 “당신이 언제까지 우리 마음을 의심하게 하려 하나이까. 그리스도시라면 밝히 말씀하소서”라며 절규했다. 철학자 마크 탈봇은 예레미야가 끔찍한 고난으로 하나님의 성품을 비방하고 최소한 일시적으로 신앙과 소명을 버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말한다.
나치 치하에서 디트리히 본회퍼와 함께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한 독일 개신교 신학자인 헬무트 틸리케는 “하나님의 침묵은 신앙의 가장 큰 시험”이라고 했다. 특히 십자가야말로 가장 적막한 하나님의 침묵이다. 죽어가는 아들이 그분의 침묵에 애타게 부르짖었다.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틸리케는 하나님이 한 말씀도 대답하지 않으시던 그 순간이 곧 결정적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침묵하실 때도 그분은 우리와 함께 고난당하셨고 죽음과 깊은 밤을 말없이 우리와 함께 겪으셨다. 우리는 그분이 무심하거나 심지어 죽은 줄로 알았지만 그분은 우리를 훤히 아셨고 어둠의 세력 저편에서 사랑으로 일하셨다. 하나님은 무심해서가 아니라 더 깊은 뜻이 있으셔서 때로 침묵하신다는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등 신(新)무신론이 유행했다. 미국 뉴욕 리디머교회 설립자인 팀 켈러 목사는 이에 맞서 신의 존재를 변증했다. 그는 ‘하나님을 말하다’에서 악과 고통은 하나님의 존재를 드러내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CS 루이스도 잔혹한 삶의 실상에 질려 처음에는 하나님이라는 개념 자체를 거부하다 결국 고통이 하나님의 부재보다 존재를 더 잘 증명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절대 선과 악의 기준이 존재하려면 초월적 도덕 법칙이 필요한데 이는 하나님의 존재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켈러 목사는 “하나님이자 인간이었던 분(그리스도)도 고난을 견뎌냈다. 고통과 죽음을 당했기에 악과 죽음을 두고 전혀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없게 되었다”며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휘튼대 필립 라이큰 총장도 하나님의 선하심에 어떤 의심이 생기더라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가장 큰 고통을 감내하셨던 갈보리로 그 의심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독생자를 살해하는 궁극의 악조차도 세상의 구원으로 이어질 계획을 실행하고 계셨다는 것이다.
죽음도 초월하는 신앙
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빈털터리로 베들레헴 고향으로 돌아온 나오미는 “나를 나오미(즐거움)라 부르지 말고 나를 마라(쓰라림)라 부르라 이는 전능자가 나를 심히 괴롭게 하셨음이니라 내가 풍족하게 나갔더니 여호와께서 내게 비어 돌아오게 하셨느니라 여호와께서 나를 징벌하셨고 전능자가 나를 괴롭게 하셨거늘 너희가 어찌 나를 나오미라 부르느냐”(룻 1:20~21)고 원망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오미의 냉소적인 의심을 달콤한 믿음으로 바꾸시고 복에 복을 더하셨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의로운 사람 욥은 모든 재산과 10명의 자식들까지 다 잃고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밀며 땅에 엎드려 예배했다.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1)
10대 아들을 사고로 잃고 자신도 두 번이나 암 투병을 했던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는 죽음에 천착해 오랫동안 죽음을 연구했다. 그는 ‘하나님은 왜’라는 책에서 아들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가족들이 모였는데, 뭔가는 해야겠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욥기 1장 21절 말씀이 생각났지만 그 말씀을 갖고 예배하기 싫었다고 했다. 하지만 성령이 주시는 마음을 따라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고 결국 그 말씀을 갖고 가정예배를 드렸단다.
입으로는 하나님의 말씀을 하면서도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배를 드린 후 우리는 이 순간에도 하나님 앞에 있다는 의식을 하게 됐고 슬프고 힘들지만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모르지만 이 사건 속에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도 2020년 10월 암 투병 중 별세한 아들을 떠나보내며 영광의 나라인 천국에 입성한 것에 감사하고 아들의 고통을 통해 예수님을 내어주신 하늘 아버지의 고통을 알게 하심을 감사하는 ‘10가지 감사기도’를 드렸다.
성경이 말하는 죽음과 부활
이 세상 삶은 억만년 역사로 보면 찰나에 불과하다. 우리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도 지나고 보면 하나님의 계획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쓰라린 시간에도 하나님이 함께하시고 복 주셔서 창조의 시간으로 거룩하게 바꿔주신다. 성경은 육체적인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육체적인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다. 사도 바울은 텐트를 걷고 본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거대한 우주 속에 티끌 같은 존재인 우리에겐 하나님을 모르는 영적 죽음이 더 문제다. 육체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살아있음에도 죄로 인해 영혼이 죽는 것이다. 사람이 영혼의 생명력을 상실하는 것, 죽은 영혼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어진 상태로 살아간다. 육신적으로만 살아있을 뿐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상태, 하나님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육체적인 죽음, 영적인 죽음과 함께 성경이 말하는 세 번째 죽음은 영원한 죽음이다. “사망과 음부도 불못에 던져지니 이것은 둘째 사망 곧 불못이라.”(계 20:14) 누구든지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자는 불못에 던져질 것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 죄인이 부활한 후에 영원한 불못, 즉 지옥에 던져지는 것이 영원한 죽음이다. 가장 무섭고 가장 두려운 죽음이다. 영원한 죽음은 하나님과의 영원한 분리를 의미한다. 지옥이 가혹한 것은 단지 뜨겁기 때문만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영원한 분리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고통이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는 죽음 이후의 영생을 약속받았다. 잠시 이별하는 것일 뿐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서 만날 것을 믿어야 한다.
‘이명희의 그래도’는 고단한 인생길에서 넘어지고 좌절할 때 신앙의 힘으로 다시 일으켜주고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코너입니다.
이명희 논설위원·종교전문기자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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